
아니메쥬 2017년 2월호

토미노 요시유키x 아라키 테츠로 신춘대담.
아라키 테츠로 감독.
데스노트, 학원묵시록, 길티 크라운, 진격의 거인, 갑철성의 카바네리.
富野由悠季×荒木哲郎

훗날에도 남을 히트작과 남지않을 히트작.
토미노 : 오늘은 후세에 남을만한 작품, 방향성에 대한 상담인가? 설마 아라키가 엄청 좋아하는 "너의 이름은"을 이 토미노가 엄청 씹어대서 곤혹스럽나? (웃음)
아라키 : 아뇨, 곤란하진 않아요(웃음). 하지만 너의이름은은 좋은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토미노 : 그럴까나. 사잔 올스타즈나 미스터 칠드런은 20~30년이 지나도 인기 있잖아? 하지만 "너의 이름은"은 한철 유행하는 작품. 5년 뒤에도 볼만한 작품일지는 의문스러워. '요즘 시대에는 먹힐지 몰라도 그 뒤로는 힘들다'라는 가능성을 연출가라면 생각해 볼 필요가 있고, 각오도 해둘 필요가 있어. 그런 점에서 볼때, 같은 2016년 영화지만, 신 고질라는 이후로도 계속 남을만한 요소가 있다. 너의 이름은 입장에서 보면 신고질라 같이 낡은 제작방식은 그만둘 필요가 있다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아라키 : 사라져 가는것과 계속 남아있는것은 제쳐두고라도, 어떤 작품이든 세상에 나온 순간엔 어느정도, 유행적인 요소가 있지 않나요?
토미노 : 물론이지, 우선 유행이 전제지. 관객이라고 하는 제3자가 평가하기때문에 가치라는게 발생하는거야. 그 평가는 다함께 공유해야하는것이고. "내가 대단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다들 대단하다고 생각해라"라는 건 절대로 있어선 안돼.
아라키 : 똑같이 열광적인 팬이 생겼어도, 이 작품은 앞으로도 남을것이다, 남지않을것이다라는 차이는 뭘까요?
토미노 : 그건 "너의이름은"은 요즘의 기분으로 만든것처럼 보이기 때문이 아닐까나? 물론 너의이름은이 압도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건 이해할 수 있어. 오늘 아침 와이드쇼에서도, 이렇게 날씨가 안좋은 와중에 많은 젊은 팬들이 성지순례를 하고 있다고 나왔던데.
나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어떤 캐리어의 사람인지는 잘 몰랐어. 그가 최초의 작품을 만들었을때, 사실 그가 날 찾아왔었거든. 하지만 당시의 나는 신카이군이 3D 기술자인줄 알았어. 그의 본능적인 열정이 영상연출과는 좀 달랐다고 느꼈거든... 한편 신 고질라의 감독 안노 히데아키군은 신세기 에반게리온으로 크게 떴음에도, 실사작품을 찍는다거나 어째선지 성우에도 도전하더라고(웃음)
아라키 : 충격이었겠어요(웃음)
토미노 : 하지만 거기서 탈출해 지금을 만들었지. 안노군은 여러가지 일을 하면서도, 그런 궤적속에서 "영상작품을 만들겠다!"라는 확실한 목표를 갖고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지.
아라키 : 신카이씨도 계속 영상작품 만들었어요.
토미노 : 계속 작품을 만들어왔기 때문에, 신카이군은 자신의 취미성에서 벗어나지 못한 부분이 있지. 그는 다소 이와이 슌지 같은 부분이 있어. 작가의 시선에 가까워. (예를 들면 타니자키 준이치로를 뛰어넘을만한 센스와 화술, 문장력)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이번 작품이 만든 벽을 돌파하긴 힘들거라고 봐.
아라키 : 취미성이라는 부분은 그가 여성을 표현하는 방식을 말하는건가요? 저는 G의 레콘기스타에서 종종 토미노 감독에게 혼났지요. 여성을 그리는 방식이 스테레오 타입에 패턴화되어있다고.
토미노 : '너의 이름은'의 경우, 성애에 대한 상상력이 상당히 국소적인듯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그게 요즘 성애감각에 딱 맞아떨어졌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보러간거겠지. 그렇게 일반적으로 유포할수 있을정도로 교묘하게 넣으면서, 다소 SF틱한 느낌까지 넣었던게 대정답이었던게지. 그런 의미에서 신카이는 대단하다고 생각해.
작가 타입의 가장 큰 문제점은 프로그램 픽처를 만들수 없다는거야. 월광가면, 울트라맨, 수퍼맨같은 시리즈물은 못 만들어. 신카이군은 자신의 취미성 부분만으로 작품을 만드는것 같은 느낌이 있어. 그리고 게임이나 CG작업을 배워나가는 과정에서, 다소 SF틱한 요소를 넣는 방법을 익힌것같은데, 앞으로 3년뒤, 5년뒤의 유행까지 사정권에 넣고, 패셔너블한 영상작품을 만들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는 말이야.

미래에의 상상력과 보편적인 테마.
아라키 : 그러니까 애니메이션 기획을 세운다는건 미래의 세상까지 상상한다는것이군요.
토미노 : 현재와 미래 모두를 담아내겠다!!라는 자부심을 품을 수 있을까의 문제지. 기동전사 건담이 어째서 당시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는가, 그건 일종의 시대극이었기때문이라고 생각해. SF라서 인기있었던게 아니라. 일본인이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시대극 구조였기 때문이지. 잘 생각해봐 "붉은 혜성이 등장했다" 같은건 SF가 아니잖아(웃음)
그리고 또 하나. 1970년대 후반은 아직 경제성장기의 잘나가던 시대였고, 기술신앙이 있었기 때문에 거대로봇이라는게 중요시되었지. 그 두가지가 도킹했기 때문에 히트한거야. 당시의 나는 젊어, 치기의 극치를 달렸기 때문에 뉴타입론이 어쩌구저쩌구하면서 바보같은 소릴 늘어놨지만, (건담이 왜 히트했는지는) 사실 1분만에 설명가능해.
나는 이와이 슌지는 될 수 없지만, 내가 좋아하는 부분을 넣으려고 노력해왔어. 하지만 작가의 무서운 면이랄까, 필름에서 꼭 한두군데는 스스로 생각해도 우스운 부분이 나오더라고 (웃음). 신카이군에게 그런 갈등은 없었을까나.
반대로 안노군은 그런 갈등이 있었기 때문에 에바 이후 폭삭 침몰했던거지. 그래서 50살이 넘은후에, 고질라를 할때 리얼리즘 방향으로 가려했다는것도 이해가 돼. 헐리우드판 고질라의 카운터로서 그런 방향을 택했다는 것도 이해가 되고. Godzilla는 영상의 완성도는 괜찮았지만 "옛날 토호의 고지라 첫작품이 더 나은데"라는 감각이 있었지. 도대체 왜 그랬을까. 고지라 제1작에는 열정이 있었어. 그 시대의 사람들이 좋아할법한걸 만들겠다고 하는 것이. 본래 예능이란 그런것이거든.
그리고 치유계, 미소녀의 문제.
"어째서 아니메 관계자들은 지겹지도 않게 다들 똑같은 목소리의 성우를 사용하는가?"라는게 있어. 나같은 세대는 그런 목소리를 인정할 수 없네. 라고 말하고 싶지만, 우리들 세대때도 사실 똑같았어. 적어도 일본인 남성들은 지금 아니메의 미소녀계 발성이라는걸 좋아하는가봐. 예를 들면 프로그램 픽쳐 시대의 대여배우 하라 세츠코(原節子). 살짝 쉰 목소리지만, 사실 요즘 치유계 아니메 느낌이거든. 당시 그녀를 사용했던 감독들이 많았던 것도, 역시 다들 그런 공상의 목소리를 좋아했기 때문이겠지.
아라키 : 살짝 이상적인 느낌의 목소리?
토미노 : 그래, 그래서 그런 목소리가 싫다고 다른계통의 성우를 써봐도, 그런 작품은 대중예능이 안되기 때문에 인기작품은 안되는거지.

아라키 : 역시 요즘사람들이 좋아하는걸 완전히 무시할순 없는거군요.
토미노 : 그래그래.
아라키 : 하지만 그러는 한편에서, "나는 뭔가의 본질을 붙잡고싶다", "뭔가를 표현하고 싶다"라고 생각하는거겠죠. 세상을 어느정도 의식하고, 어느정도 무시해야 적절한건지 전혀 모르겠네요.
토미노 : 나도 몰라.
아라키 : 모르시군요(쓴웃음)
토미노 : 그래서 그냥 자신이 그런 세태속에 뛰어들어, 오타쿠와 같은 레벨에서 "이거 좋네!!"라고 생각한걸 밀어붙이는수밖에 없어.
아라키 : 일단은 그렇게?
토미노 : 일단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그런거지. 그게 싫다면 예능일은 할수없어. 나도 딜레마는 있어. 꽤 오래전부터.
아라키 : 턴에이건담 시절부터 토미노씨가 자주 예능이야기를 했었죠. 그때의 이야기, 굉장히 좋아합니다. "모두가 좋아할만한 작품은 제대로 만들고 싶다는 자세"라는건 정말 중요하군요.
토미노 : 물론이지. 하지만 자신이 정말로 좋아하는게 아니라면 잘만들기 힘들다는 느낌을 받았어.
아라키 : 알겠습니다.
토미노 : 그래서 그런 의미에선 내가 서투르다라는걸 느꼈지.(탄식)
간단요약.
1. 너의 이름은.은 지금만 생각한 유행물. 트렌드작. 훗날에도 회자될만한 작품은 아니다.
2. 하지만 신고질라는 다르다. 후세에 전할만한 뭔가가 있음.
3. 안노 히데아키 애낀다 ㅋㅋㅋㅋ
4. 신카이가 교묘하게 적절한 수준의 성적표현을 집어넣은건 감탄했다.
5. 신카이 마코토는 이와이 슌지 같은 작가성이 있다. 하지만 작가타입, 자신의 취미성을 극대화한 감독이라 시리즈물은 불가능. 아마도 본인이 이번에 만든 벽을 뛰어넘기는 힘들걸로 보인다. 덤으로 나도 이와이 슌지가 돼보려고 했지만 불가능했다. 내 작가성을 작품에 넣으면 내가 봐도 우스운, 낯부끄러운 부분이 한두가지 보인다.
6. 건담이 히트한 이유는 두가지로 압축가능. 시대극의 구조, 거대로봇물. 당시 1970년대는 아직 경제성장기. 기술신앙때문에 거대로봇물이 주목받았다. 한창 젊었을때는 나도 뉴타입론이 어쩌니저쩌니 헛소리 많이 늘어놨지만, 지금은 1분내로 설명가능.
7. 미소녀 성우로 생각하는 대중성 문제. 적어도 일본남자들이 치유계 목소리 좋아하는 것은 분명하다. 좋든싫든 그런 대중의 기호를 무시하면 결코 대중적인 작품이 될 수 없다. 한때 나도 내 개인취향을 밀어붙였던 적이 있는데 폭망ㅋㅋㅋㅋ 대중성과 작가성 어느정도 비율이 좋은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역시 나는 대중적 작품 만드는건 서투른것 같다.
8. 궁극적으론 오타쿠와 같은 눈높이에서 자기가 좋아하는걸 만드는게 베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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