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도가와 란포 씨에 대한 나의 감상 - 유메노 큐사쿠 도서


에도가와 란포 씨에 대한 나의 감상 (江戸川乱歩氏に対する私の感想 )

유메노 큐사쿠 夢野久作


「엽기 猟奇」 쇼와(昭和) 4년 (=1929년) 1월


http://www.aozora.gr.jp/cards/000096/files/2128_21872.html - 원문 (아오조라 문고)
http://rampo-world.com/kanren/hyorontokenkyu.htm - 란포에 대한 논평과 연구

란포의 소설 모두 섭렵해 보기 위해 책을 읽고 있던 중, 당대의 란포에 대한 평은 어떠했을까가 갑자기 궁금해졌다.
그러던 중에 도구라 마구라로 유명한 작가인 유메노 큐사쿠의 란포 평이 있어 번역해 보았다.
당시 거의 한참 후배인 유메노 큐사쿠가 당시 대선배인 란포에 대해 평을 한 것이라 더 구미가 당기기도 했다.



유메노 큐사쿠 1930년 사진

- 글이 쓰여진 시기에 대해서

쇼와 4년, 즉 1929년 1월이라고 되어있던데, 아래의 큐사쿠 글 중에 보면 최근 읽은 '벌레蟲' 라고 쓰여있다.
근데 벌레는 蟲 (『改造』1929年9月~10月)개조에 1929년 9월, 10월에 게재되었다.
또, 처음에 1년전 란포가 자신의 작품을 칭찬해 주었다 라고 한 이야기하는 걸 보니,
(란포가 극찬했다는『압화(오시에)의 기적 押絵の奇蹟』는 1929년 발표작)

아마 이 글이 쓰여진건 1929년 1월이 아니라, 1930년 1월이 아닐까.



「일본인은 금방 서양인의 흉내를 내려고 한다니까」

「요컨대, 에도가와 란포는 에드가, 앨런, 포에 대한 에도가와, 란포에 지나지 않네」


- 큐사쿠, 처음엔 란포에 대해 이와 같이 생각했었다.


큐사쿠는 처음 란포의 소설 중 심리시험, 2전동화, D언덕의 살인을 읽고,
'에도가와 란포는 서양인의 모방에 지나지 않네' 라면서 실망을 금치 못하는데,

(뭐, 나도 읽어봤지만, 원체 란포는 추리, 기괴환상 중 어느쪽이 뛰어나냐면 단연 환상쪽인지라, 그건 본인도 아는 부분.
게다가 저 3개의 작품은 어찌됬건 '낚시' 라는 요소가 들어 있어서.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요소가 들어있는 추리물을 환상소설작가가 읽었으니, 저런 느낌을 받는건 당연한 결과.

2전동화 : 사건 자체가 낚시, D언덕의 살인 : 사람의 기억력은 부정확하다. 증언 중 하나는 물어서는 안되는 미끼.
심리시험 :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아케치, 범인에게 미끼를 던져 낚는다.)


이런 Q의 생각은 란포의 초단편인 '백일몽' 을 읽고 180도 바뀐다.
(누가 필명대로 기괴환상 좋아하는 사람 아니랄까, 란포의 기괴환상적인 면을 보고 그는 감탄을 금하지 못한다.
게다가 큐사쿠가 10년에 걸쳐 쓴 도구라 마구라는 환상소설 끝판왕. 일본탐정소설 3대 기서중의 하나)

+) 유메노 큐사쿠 (夢野久作) = 夢の久作, 夢の久作는 큐슈방언으로 '몽상가, 꿈만꾸는 이상한 사람' 이라는 뜻.

그러면서 그는 란포의 놀라운 면을 발견하고 촌스런 펜네임 센스는 잊기로 한다. ㅋ

이어 큐사쿠가 읽고 감탄한 작품을 언급하자면,
- 음울한 짐승에서는 짙고도 질긴 필력,
- 인간의자의 불가사의한 느낌,
- 붉은 방에서의 세련된 센스와 기량,
- 지붕 위의 산책자와 벌레에서는 묘사부분.

벌레蟲는 최근에 읽었는데, Q와 마찬가지로 살인에 이르기까지 주인공에 대한 묘사는 너무 재밌게 읽었지만,
마지막이 아쉬웠다.


이만 줄이고, 아래는 <란포에 대한 Q의 감상>을 번역한 글이다.

허접한 실력이라, 원문의 느낌을 제대로 살렸을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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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도가와 란포 씨에 대한 나의 감상

江戸川乱歩氏に対する私の感想


유메노 큐사쿠 夢野久作


에도가와 란포씨에게「큐사쿠 론 久作論」을 부탁했더니,
나에게 그와 마찬가지로「란포 론 乱歩論」을 써달라는 요청이 엽기사猟奇社로부터 왔습니다.

나는 일단 깜짝 놀랐지만, 곧 이어, 바로「이건 쓸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란포씨는 내가 아직 이름이 알려지기 전 부터의 은인 중 한 사람입니다.

란포씨는 지금부터 훨씬 전에, 내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쓴 현상懸賞탐정소설을 어둠에서 어둠으로 묻어버리기 위해,
정말 마음껏 깎아내려주셨습니다. 하지만 1년전, 내가 어떤 노부인의 기록을 중심으로 쓴 창작에는 입을 모아 칭찬해주셨습니다.
물론 후자는 결국, 그 기록을 나에게 제공해준 노부인의 공이나 다름없었지만,
어찌됬건 전혀 인연이나 관계가 없는 한 초짜의 투고 작품을, 그렇게까지 철저하게 읽고 진심으로 비평해주신 란포씨의,
예술가로서 더 비할나위 없는 깨끗하고 드높은「열의」가, 저를 채찍질하였으며, 또 얼마나 용기가 되고, 지도가 되었었는지……
에 대한 일은, 저에게 있어 상상도 못할 그런 일이였습니다.

그런 은인의 작품을 공개적으로 비평하는 일이, 과연 저에게 가능할런지요.

그렇지 않아도, 란포씨는 당대, 탐정소설계의 대선배입니다, 하지만 그에 비해 저는 후배중의 후배……
일개의 애독자에 지나지 않을 정도의 사람입니다. 이런 입장의 저입니다. 비록 부탁받은 일이라해도 공공연히 이름을 밝히고,
대선배와 겨루는 듯이 보이는 비상식적인 일을 할수있을까요. 세상의 비웃음을 살 일이 될 꺼라는 것은 뻔히 알고 있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원래, 저는 중학교을 말석으로 졸업했을 뿐인 못 배운 자로, 문단의 경향이라든가, 예술의 비평같은 이론적인
일에 나설만한 자격은 없습니다…… 그저 여러가지를 내 맘대로 읽거나, 쓰는 것이 즐거울 뿐인 야생적 이기주의자입니다.
비평의 표준도 없거니와, 설명의 형식이나 학술용어도 모릅니다. 그러니 타인의 작품을 어떻게 생각하든,
그것을 붓을 통해 글로 옮기는 일은 가능한한 피해왔습니다. 결국 자신의 부끄러움을 드러내는 것에 지나지 않다……
라는 이와 같은 생각들이, 금방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아니지만서도요.

게다가, 그런 나의 입장이나, 란포씨와의 관계를 충분히 알면서도「란포론」을 쓰라고 한 엽기사의 요청은,
어떻게 생각해봐도 원고지 위의 무거운 벌이 아닌 무엇이란 말인지요 …… 정신적으로 불 속을 걷는 형벌과 마찬가지였습니다.

란포씨가「큐사쿠론」을 쓴건 아무것도 아니였지만, 저한테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름 팔이」「경박」「거만」등의 비난을 피해 갈 수 없는 것은 이미 명백한 일로, 엽기사는 결국 재미삼아,
요코즈나(横綱, 최상위의 스모선수)와 토리테키(トリテキ, 최하위의 스모선수)를 붙여본게 아닐까…… 하는
엽기적인 악취미부터, 실은 나를 띄워볼려고 시험하려는게 아닐까 …… 하는 일종의 염려와
삐뚤어짐이 섞여 반발심으로, 나는 계속 그 요청에 대한 대답을 미루고 있었습니다.
엽기의 편집자에는 꽤나 미안한 일이지만, 일부러 침묵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엽기사로부터 다시 재촉장을 받았는데, 그걸 살펴보다가 문뜩, 갑자기 마음이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위에 줄곧 쓴게 나의 태도 지만, 왠지 그 태도에 비겁함을 느꼈던 것이지요. 선배의 기분을 살펴봄과
동시에 세간에서 나의 입장을 상하게 하지 않기 위한 딱 그 시대에 갖힌듯한 나의 생각이, 훤히 보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입장을 내가 피력할때마다 불쾌해지는 것이였습니다.

란포씨는 전혀 본 적도 없고 몰랐던 나의 작품에 대해, 어떠한 고려나 나에 대한 신경씀 없이,
철저히 일개 개인으로서, 맑고, 높은 호의를 보여주셨습니다. 마음 속 깊은 곳으로부터「열심히 해」라는게 전해졌습니다.
게다가, 그런 란포씨의 선배의 입장에서도 아닌 …… 대가大家의 입장에서도 아닌 …… 진심을 담은 호의에 대해,
저는 단 한번도 모든 것을 벗어던진 진심의 저를 보여드린 일이 없었습니다. 단 한번, 나의 작품에 대한 란포씨의 비난을,
받아들이면서, 알겠다고 편지를 보낸 기억이 있습니다만, 란포 씨의 작품을 공적으로 평가한 일은 전혀 없었습니다.

물론 이건 은혜입은 선배에 대해 신경씀과, 동시에 내가 많이 못 배웠기에 오는 열등감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모를지도 모르는 에도가와 란포씨의 그런 은혜를 내가 받았다는 사실을 부정해서는 안되지만,
오히려 이번 기회를 통해, 그런것들을 떨쳐버리고, 란포 씨에 대해 나의 진실된 감상을, 될 수 있는한 명백하게 피력하는 것이,
나로서는 너무나 부덕하면서, 분수를 모르는 일이 될지라도…… 또, 이 일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해도 ……
결국, 그런 선배의 고결한 은혜에 대한 그나마의 감사의 표현이 되지 않을까…… 아니 …… 그런 방법을 통해,
아무것도 꾸미지 않은 자신을 선배의 앞에 드러내는 일이, 제가 입은 은혜에 대해 보답할 수 있는,
유일무상의 올바른 감사 방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 이러한 생각을 거치자, 나는 갑자기 용기가 솟아 올랐습니다.
그래서 아무것도 신경쓰지말자…… 엽기사의 계략일지라도…… 시건방지다고 생각될지라도 신경쓰지말자,
지금 생각한대로 스스럼없이 쓰자고 생각되었습니다.

아니면, 이는 내 안에 있던 란포씨에 대한 강렬한 인상이, 이걸 써야겠다는 행동으로 나타난게 아닐지도 모르지만,
나로서는 일종의 경솔한 행동일지도 모르겠네요. 또 이런 사적인 생각에서 나온 글을 투고하는 것이,
잡지의 독자들에 대해서는 물론이거니와 란포씨에 대해서도 죄송한 일이 되는 것을 아닐까 ……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기회를 놓치고서, 제가 자유스럽게「란포론」을 쓰게 될 일은,
장래 없을지도 모를 기회라고 생각한것이, 쓰자고 결심한 또 하나의 이유입니다.
동시에, 이왕 쓸거, 뭐 하나 제대로 건드리지도 않는 식의 짜고치기(八百長)로 글을 쓴다면,
결국 나는 구제불능의 인간…… 이라고 생각했기에, 마음가는대로 글을 써내려 가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서두가 너무 길어졌지만, 이 역시 나의「란포론」중에서 중요한 일부분입니다.

자, 그럼 너무 깊게 나무라지는 마시고 읽어 주시길 바랍니다.







저는 란포씨의 작품을 전부 읽어보지는 않았습니다. 그저 좋아하는 작품은 몇번이고 되풀이해서 읽어봤습니다만,
발표된 연대나 순서 등에 관해서, 찾아봐야지 라고 생각했던 적도 없습니다.
이는 란포씨의 작품에만 그러한 것이 아니라, 다른 소설들도 마찬가지로 뭔가 찾아보는 것을 싫어하는 저는
「엽기」라든가,「탐정」이라는 단어들도, 한 5~6년 전까지만해도,
전혀 모르는 사람의 이름과 마찬가지로, 얼핏 기억에 남아있는 정도였습니다.

그 후, 저는 친구가 사는 곳에 있는 잡지를 살펴보다가, 우연히 란포씨의「심리시험」을 읽게 되었는데,
호기심에 때문에 단숨에 읽어버렸음에도 불구하고, 그 내용에 대해서는 일종의 실망감을 감출 수가 없었습니다.

「일본인은 금방 서양인의 흉내를 내려고 한다니까」

라고 생각하며,「에드가, 앨런, 포」「에도가와, 란포」를 마음 속으로 몇번이나 되풀이 하고는,
왠지 모를 허전함을 느꼈던 일이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이후, 역시 란포씨의 작품에 해당하는「D언덕의 살인」「2전 동화」등을, 작가의 힘에 이끌려 계속 읽어나갔지만,
감상이나 문장을 써나가는 방법에 있어서의 고심苦心이 전부 서양인의 모방으로 밖에 보이질 않았기에,
책장을 덮고 나면서 동시에, 두 번 다시 읽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하여

「요컨대, 에도가와 란포는 에드가, 앨런, 포에 대한 에도가와, 란포에 지나지 않네」

라고 마음속으로 생각했었죠.



하지만 저의 이러한 란포씨에 대한 실망감은,「백일몽白昼夢」을 읽음과 동시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그 책은 고서점 가게 앞에 마치 쓰레기처럼 던져져 있었습니다, 표지도 안도 너덜너덜한 수 십 페이지였지만,
그 안에「에도가와 란포」의 서명이 있었기에, 저는 또냐 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읽을 마음없이 읽기 시작했는데,
이번에는「좀 괜찮은데」라고 생각되서, 그 더러운 수 십 페이지를, 아마 2전이였던가, 3전 정도에 샀습니다.

그리고 산 중의 집, 침상에서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금 읽어봤는데, 그러던 중 저는 매우 흥분해서
잠이 오질 않게 되어버렸습니다.

저는 한참 전에 어떤 곳에서, 개장(改葬, 무덤을 옮기는 일)에 함께 했었던 일이 있었는데,
그 때 나온 시체의 하얗고 썩은 살점, 갈색의 피? 고인 물에 떠있는 지방? 의 반짝임과, 태양의 노란 악취 등……
그건 지금 생각해도 진절머리가 나서 구역질이 나올 정도였으나, 그런 태양 아래에서의 견딜 수 없는 수많은 느낌들을,
저는 정말 똑같을 정도로 고스란히「백일몽」안에서 발견했습니다.
게다가 나한테는 한 불쾌함의 덩어리에 지나지 않았던 인상을 란포씨는 섬세하고, 부드럽게 분해하고, 상징화하고,
시詩화하고, 소설화 해서 얻어내는 사람이라는 사실에, 저는 전율할 정도로 납득했습니다.

……대낮 사람들 속에서, 태양 아래 얼굴을 드러내며, 꼴사납게 눈물을 흘리는 중년남자……
어두운 곳, 열려있는 수도 꼭지…… 약국 인형의 기묘한 모양과 빛 …… 그 인형 무리 안에 섞여 있는 털 자란 실물표본
…… 이러한 것들이 힘없이 마주하고, 무겁게 마주하여 그려지는 백일몽의 교향악 ……
사실 이상의 마음속 진실 …… 허위 이상의 자연의 허위 ……
그 순수하고, 일본적인, 마음을 달랠 길 없는 그런 매력에 저는 완전히 경직되고 말았습니다.

……일본에서도 이런 소설이 나올 수 있구나…… 이런 종류의 소설에서 순 일본식의 느낌을 다룬 것으로는
타니자키 준이치로(谷崎潤一郎)의 작품을 읽을 기억 밖에 없었는데,
이것은 또, 전혀 다른 세계를 만든 순수한 참됨과 순수한 아름다움이 아닌가…… 라고 생각하니, 감격이라고, 감사라고
형용할수 없는, 참을 수 없는 무언가에 휩싸여, 눈을 크게 크게 뜨고도, 줄곧 계속 같은 어둠을 응시했던 일이 있었습니다.

저는, 이렇게 해서 처음으로 란포 씨의 위대함을 알게 된 것입니다.
유리창이 심야에 와들와들, 부들부들 거리는 듯한 포의 글과, 대낮에 눈알이 눅신눅신하게 흘러 떨어지는 듯한 란포씨의 글이
대립하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포가 지상에 남긴 대단한 약품의 냄새에 대해, 란포씨가 만들어 내는 무시무시한 흑사탕의 풍미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태어나서 처음으로 배웠던 것입니다.

나는 그 이래로, 에도가와 란포라는 펜네임의 싸구려스러움을, 잊어버렸습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였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 일본인이 쓴 이런 종류의 작품을, 어느새인가 경멸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대단히 실례되는 인용일지는 모르지만, 솔직히 코사카이 후보쿠(小酒井不木)씨의「연애곡선 恋愛曲線」을 읽고,
란포씨와는 다른 느낌의「미美의 전율…… 전율의 미」가 일본에 또 하나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된 건,
아마 그 후의 일이였습니다. 코우가 사부로(甲賀三郎) 씨의「사촌동생의 죽음 従弟の死」을 읽고,
순 일본식의「양심의 유희, 그 대단함」이 성큼성큼 개척되어 나갔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도, 그 후의 일입니다.
하시 몬도(羽志主水)씨의「감옥방 監獄部屋」에 두손을 마주 쥐고,
죠 마사유키(城昌幸)씨의「신만이 알려준다 神ぞ知ろし召す」에 마음을 바로 잡고,
와타나베 온(渡辺温) 씨의「불쌍한 누나 可愛相な姉」에 훌륭함을 외치고,
코부네 카츠지(小舟勝二) 씨의「어느 백화점원의 이야기 或る百貨店員の話」 에 머리를 숙인 일도,
역시 그 이래의 일임이 틀림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리하여 그 이래, 나는 란포 씨의 많은 작품을 읽고, 어떤 것은 그 각색에 실망하고, 또 그 작풍의 집요함에 몇번이고
반감을 느끼면서도, 그 작품 전체를 통해, 란포 씨의 독자적 필력과 그 맛의 매력에 이끌려,
어떤 때는 그 하나와 긴 호흡에「도저히 못 당하겠네」라고 탄식을 하거나, 또는「그렇군, 이런 방향에서도 볼 수 있네」
라고 수긍하면서,「역시, 이런건 란포 씨가 아니고선……」이라고 때때로 생각하며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음울한 짐승 陰獣」에서는, 독자를 당겨, 이끌어가는, 새로운 거미줄 같이 아주 짙은 필력의 질김과,
자유자재로 농락하는 트릭에는 머리가 숙여지면서도, 그 각색의 마지막, 반전의 구절에 이르러서는「쇠고기 전골」안에서
「소의 털」을 발견한 듯한 정도의 안타까움을, 절실히 맛보았습니다.

「인간의자」에서는, 그 주인공의 성격을 좀 더 파고들어 각색했으면 어땠을까라고 생각하면서도,
의자라는 것의 불가사의한 느낌을, 그렇게까지 깊숙히 파고들어간 란포씨의 실력은, 부러울정도로 감탄했었습니다.

「붉은 방 赤い部屋」에서는, 서두의 재료를 모으신 작업과, 그 배열, 트릭, 각색을 그렇게까지 세련되게 유기화하면서,
최후에는 그 전부를 농으로 돌리는 뛰어난 기량에 대해, 무심코「만점」이라고 외쳤습니다.

「춤추는 엄지동자 踊る一寸法師」에서는, 재료의 멋짐과, 느릿느릿하게 진행되는 리듬의 시적詩的? 대단함이,
일어난 일들의 부자연스러움에는 확실하게 눈치챘으면서도, 기쁘게 매료되어 읽어나갔습니다.

「지붕 위의 산책자」에서는, 마지막에 그 아니꼬운, 없으니만 못한 아마추어 탐정이 나와, 시시한 잘난척을 피로했기 때문에,
분위기를 다 망쳐버렸다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살인행위까지인 전반의 흥미에는, 꽤 흠뻑 빠져들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피해자가, 독을 마시고 숨을 거두게되는데까지의 간략하고도, 태연한 묘사는, 묘사가 아닌 진실의 광경으로서,
주인공이 훔쳐보고 있는 지붕의 구멍을 통한 영상처럼, 지금도 제 눈에 새겨져 있습니다.

이에 반해,「파노라마 섬 기담」에선, 거의 초반부부터 끝까지 완전히 실망했습니다.
전반부에 작가의 고심이나, 후반부에 작가의 기분좋음이, 어디까지나 꾸역꾸역 밀려왔을뿐이라, 제가 작품에서 얻은 수확은,
콘크리트 기둥에서 내려온 여자 머리카락 한올 정도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벌레 蟲」를 읽었을때에는, 란포씨 두뇌의 대단함에 철저하게 한방먹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중에서도「벌레」의 주인공이 살인을 하게 되기까지의 과정이 아무렇지 않게 길게 묘사된 점에는, 너무나도 감탄했습니다.
게다가 그 긴 묘사는, 란포 씨만의 독자적 맛이 있는 질김이 아닌, 꽤 단단함이 느껴지는 것이였습니다.

그러나 한가지, 끝에서 주인공이 시체에 손톱과 머리를 파묻고 있었던 점은, 뭐랄까「쓸데없는 행동」이라고 느꼈습니다.
이게 란포 씨의 특징이자, 동시에 약점이겠지요.「악몽 悪夢 (고구마 벌레의 원제)」의 결말에서는 이런 두뇌의 여력? 이
작품 전체를 마치 악몽이라고 대변해주는 것에, 멋지게 성공했지만,「벌레」나「음울한 짐승」에서는 실패했다고 봅니다.
이런 점은 다수의 작가들이 안고 있는 공통의 망설임… 혹은 독자의 취향이나, 완미玩味의 정도에 달려있는 문제……
라고 생각합니다.

…… 하지만, 저「벌레」의 주인공이, 여배우의 시체를 창고로부터 꺼내지 못하고,
변태처럼 들러붙어 있게 되는 극도에 이르기까지, 그 뭐라 말할수 없는 기분의 변환을, 그렇게 태연하게 다루어 써내려간
필력의 대단함에는 「귀신인가 사람인가 鬼か人か」라고 외칠정도로, 고개가 숙여졌습니다.
제가 아직 많은 책을 읽어보지 않아 그런 것일수도 있지만, 지금까지 그러한 묘사를 본 적은 단 한번도 없음을,
저는 주저하지 않고 말할 수 있습니다.

또 이 이외에도 란포 씨의 작품은 여럿 읽었습니다. 평하고 싶은 것은 산더미처럼 많지만,
일일이 이런 식으로 쓰기에는 무리이기에, 이만 줄이도록 하겠습니다.



이상…… 제가 제멋대로의 이유로 인해, 너무나도 대담하게 란포씨를 모독해봤습니다.
전혀 보지도 못한 선배이자, 은인인 란포씨에 대한 저의, 사적인 느낌을, 너무나도 무람없이 늘어놨습니다.

이 글이「엽기」의 독자 여러분들께, 어떤 느낌을 와닿을지…… 그리고, 이 글이 어떠한 형태의 천벌, 혹은 인벌로
제게 되돌아 올지…… 에 대한 일은, 저로선 가능한한 생각하지 않고 썼습니다. 혹은 이게 사람들은 모르게, 마음 속으로만
생각해야 하는 종류의 감상이라, 덕의徳義상, 사교상 발표가 허락되지 않을 지도 몰라 …… 라고 생각도 했지만,
문단의 의례를 체험하지 않은 저는, 그런 일은 문제로 생각하지 않고…… 눈을 감은채 ……
자신의 일부분을 책장에 올려두듯 …… 쭉쭉 써내려간 것입니다.

이 글을 쓰기 위해, 정신적 의미로 목숨 건 일을 겪었다는 사실을 알아주시길 바라며,
이 모든 것을 너그럽게 봐주신다면, 저에게 있어 어느정도 체면치레는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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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메노 큐사쿠의 다른 글 : 탐정소설의 진정한 사명



江戸川乱歩異人館

코믹스 에도가와 란포 이인관(江戸川乱歩異人館 )
현재 1,2권 나왔고, 3권은 3월에 나올듯.

란포는 원작인 책말고도 코믹스, 영화, 드라마 등등 원작을 바탕으로한 파생작품들이 많아서,
즐길거리는 산더미 같이 쌓여있다ㅋ


ps. 대충 큐사쿠의 글을 요약하면,

1. 새파란 후배가 어떻게 감히 대선배의 글을 평가할 수 있겠습니까? (가 절반ㅋ)
2. 그래 놓고, 평가 초입부에서 란포는 서양인 흉내, 펜네임 촌스러 ㅋㅋ
3. 실망 → 백일몽 읽고 부왘

4. 저도 몽상가인데, 선배님한테서도 뭐라 말못할 기괴환상에 대한 변태적 기질이 느껴집니다.
(평론가들이나 Q는 란포의 환상작품을 더 높이 평가했는데, 막상 란포는 영미고전같은 본격추리물을 더 쓰고 싶어했다.)

5. 이런 글쓰는건 저한테 있어서 목숨건 일이나 다름없으니, 너그럽게 봐주세요.

끝 ㅋ


ps2. http://waterlotus.egloos.com/category/에도가와 란포 江戸川乱歩

외딴섬 악마(1930) - 에도가와 란포 by 각시수련

개인적으로 지금까지 읽은 란포 작품중에 최고는 외딴섬 악마라고 생각함.
추리와 기괴환상 사이를 줄타기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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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잠본이 2012/02/07 20:52 # 답글

    적절한 요약이군요. 괴기 좋아하는 작가 아니랄까봐 뭔가 비유를 드는 것도 다 으시시한 것들만... OTL
  • 정윤성 2012/02/10 01:08 # 답글

    요약이 정말 적절하네요. 저도 란포의 작품 중 외딴섬 악마가 제일 마음에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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